경계인의 복수와 역사적 상징성 – 넷플릭스 ‘킹덤: 아신전’ 속 숨겨진 이야기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의 프리퀄로 알려진 《킹덤: 아신전》은 단순한 좀비 사극의 한계를 넘어, 심오한 역사적 배경과 민족 정체성, 그리고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이 스페셜 에피소드는 킹덤 본편에서 궁금증을 자아냈던 생사초의 기원과 주요 인물들의 숨겨진 이야기에 집중하며, 특히 조선과 여진족의 복잡한 관계 속에서 피어난 비극을 다룹니다. 이번 글은 고고학자, 평론가, 역사 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킹덤: 아신전’ 속에 숨겨진 역사적 사실과 상징성, 그리고 주인공 아신의 인물 서사에 대해 이야기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 작품의 진정한 의미를 깊이 있게 살펴보고자 합니다. 이 글을 통해 《킹덤: 아신전》을 단순한 좀비물 이상으로 이해하는 새로운 시각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
여진족과 경계인의 비극, ‘아신’의 탄생 🤔
‘아신전’의 주인공 아신(전지현/김시아)은 조선과 여진, 어느 쪽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한 '경계인'의 후예입니다. 그녀의 부족인 성저야인(번호 부락)은 조선의 북방 국경지대에 살며 양쪽의 감시와 통제 아래 놓여 있었고, 정치적 이해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이용당하고 희생당하는 비극적인 운명을 겪습니다. 특히 조선은 이 번호 부락을 여진족에 대한 정보원으로 이용하면서도, 위협이 되거나 필요가 없어지자 가차 없이 제거하는 방식으로 통치했습니다. 이는 조선 초기 사군 육진 개척 과정에서 여진족과의 복잡한 관계, 회유와 토벌 정책의 양면성을 극적으로 보여줍니다.
아신의 부족은 외부의 침략과 내부의 배신으로 몰락하고, 홀로 살아남은 아신은 가족과 민족의 복수심에 사로잡힙니다. 그녀의 어린 시절 순수했던 모습은 철저한 배신과 좌절 속에서 점차 사라지고, 복수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잔혹한 존재로 변모합니다. 복수심이라는 강력한 동기 아래, 아신은 점차 인간성을 잃고 스스로 '신'(神)이 되어갑니다. 그녀의 삶은 경계인으로서의 존재론적 비극성과 생존을 위한 선택이 어떻게 폭력성을 낳고, 한 인간을 파괴하며, 결국 거대한 비극의 씨앗을 뿌리는지 보여주는 슬픈 서사입니다. 작품 속 여진족의 문화와 언어, 그리고 역사적 배경은 철저한 고증을 통해 표현되었으며, 조선의 관직을 얻고자 한 족장의 선택이 결과적으로 한 민족의 몰락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통해 '역사적 비극'의 무게감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성저야인은 조선과 여진의 경계에 살았던 여진족의 한 갈래로, 이들은 조선의 대여진 정책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영화는 이들의 비극을 통해 민족적 정체성과 국경의 의미를 탐구합니다.
좀비와 돼지 – 인간성에 대한 상징적 고찰 📊
《킹덤: 아신전》에서 '돼지'는 매우 중요한 상징물로 등장하며, 영화의 핵심 메시지를 관통합니다. 인간이 좀비로 전락한 후의 상태를 상징하는 동물로 돼지가 선택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돼지는 역사적으로 가장 천대받고 비위생적인 동물로 여겨지기도 했으며, 극 중 좀비가 된 인간들은 오직 '먹는 욕망'만을 남긴 채 이성을 잃고 살아갑니다. 이 설정은 인간이 존엄성을 잃고 원초적인 욕망에만 사로잡힐 때, 그것이 과연 인간이라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깊은 철학적 질문을 던집니다. 좀비와 돼지의 유사성은 '인간성 상실'이라는 비극적 결과를 시각적으로 강조합니다.
특히 어린 아신이 처음 조선 진영에 들어가 돼지 우리에서 생활하는 장면은 그녀의 비참한 처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그녀가 점차적으로 인간의 영역을 벗어나 복수의 '신'과 같은 자리에 이르게 되는 대비를 극적으로 보여줍니다. 돼지 우리 속에서 생사초를 발견하고 복수를 다짐하는 아신의 모습은,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끔찍한 존재로 변모하는 그녀의 운명을 암시합니다. 또한, 실제 여진족과 북방 유목민의 생활 양식을 통해 돼지와의 공존이 혹독한 환경에서의 생존을 위한 중요한 전략이었음을 알려주며, 이는 단순히 상징적인 요소를 넘어 현실과 맞닿은 철저한 역사적 고증이기도 합니다. 돼지는 생사초의 감염 경로이자, 좀비라는 재앙을 상징하는 매개체가 되어, 인간의 욕망과 비극적 현실의 연결고리 역할을 합니다.
돼지와 좀비의 상징적 의미
상징 대상 | 영화 속 역할 | 상징적 의미 | 현실적 고증 |
---|---|---|---|
돼지 | 생사초 감염 매개체, 좀비의 먹이 | 인간성 상실, 원초적 욕망, 비천함 | 북방 유목민의 생존 전략 |
좀비 | 인간의 욕망과 복수심의 결과물 | 인간성 상실의 극단적 형태, 괴물화 | 탐욕과 증오의 결과물 |
아신 | 경계인, 복수의 화신, '신'으로 변모 | 인간성과 비인간성의 경계, 복수의 순환 | 역사 속 소외된 존재의 비극 |
좀비와 돼지의 상징성은 단순히 공포를 유발하는 장치를 넘어, 인간의 존엄성과 욕망, 그리고 탐욕이 초래할 수 있는 파괴적인 결과에 대한 깊은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복수의 신화와 권력의 상징, 생사초의 의미 👩💼👨💻
‘킹덤: 아신전’의 핵심적인 미스터리이자 모든 비극의 시작은 바로 '생사초'입니다. 아신은 이 생사초를 통해 죽은 자를 되살려 좀비로 만드는 금지된 기술을 손에 넣고, 이를 이용해 자신만의 강력한 군대를 창조합니다. 이는 단순한 판타지가 아니라, 인간이 창조자로서 '신'(神)의 역할을 흉내 내고 생명의 영역에 개입하려 할 때 발생하는 심각한 윤리적, 사회적 문제를 드러냅니다. 이때 좀비는 더 이상 '괴물'이 아니라, 인간의 통제할 수 없는 욕망과 복수심의 결정체로서 새로운 의미를 지니게 됩니다. 좀비 떼는 아신의 분노와 증오가 형상화된 복수의 도구이며, 이는 인류에게 자멸을 가져올 수 있는 위험한 힘을 상징합니다.
영화의 주요 배경이 되는 '폐사군' 지역과 번호 부락의 비극적인 몰락은 조선의 실재했던 '사군 육진' 체계와 여진족과의 외교·군사적 마찰을 반영한 설정입니다. 조선 초기 세종대왕은 북방 국경을 안정화하기 위해 사군 육진을 설치하고 여진족에 대한 다양한 정책을 펼쳤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끊임없이 여진족과의 갈등을 유발했고, 경계에 선 부족들은 양측의 이해관계에 따라 희생되기도 했습니다. 《킹덤: 아신전》은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조선의 북방정책이 가진 한계와 그로 인해 발생했던 비극적인 현실을 생사초라는 판타지적 요소를 통해 재조명하는 역사적 장치로 기능합니다.
생사초는 단순한 환상이 아닌, 인간의 통제 불능한 욕망과 '생명 창조'라는 금지된 영역에 대한 개입의 상징입니다. 이는 과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윤리적 문제를 암시하기도 합니다.
결론: 경계인, 좀비, 그리고 지금의 우리 📝
넷플릭스 《킹덤: 아신전》은 겉으로는 숨 막히는 좀비 사극의 스릴을 제공하지만, 그 본질은 훨씬 더 깊고 복합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역사적으로 소외되고 희생당했던 존재들, 즉 '경계인'의 비극을 통해 지금의 우리 사회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을 투영합니다. 우리가 쉽게 잊고 있던 역사적 진실과, 타자화와 혐오의 이면, 그리고 인간의 걷잡을 수 없는 복수심이 결국 얼마나 파괴적인 결말을 초래하는지를 담담하면서도 처절하게 그려냅니다.
나아가 이 시리즈는 현재의 대한민국,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경계인, 난민, 이민자 문제 등과도 깊이 겹쳐지며 현대적인 메시지를 던집니다. 서로 다른 문화와 배경을 가진 이들이 어떻게 갈등하고, 배제되며, 때로는 비극으로 치닫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복수를 통해 '신'과 같은 힘을 얻은 아신은 과연 진정으로 행복했을까요? 그녀가 복수를 완성했음에도 불구하고 느끼는 깊은 고독과 허무함은, 복수가 결코 진정한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보여줍니다. 이 질문은 관객의 마음에 깊은 여운을 남기며, 킹덤 본편의 시즌 3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일 뿐만 아니라, 인간의 본성과 사회의 책임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킹덤: 아신전》은 과거의 비극을 통해 현재와 미래의 우리에게 경고와 성찰을 동시에 선사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계속해서 이 시리즈가 전할 다음 이야기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