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문장 요약: <아가씨>는 박찬욱 감독이 사라 워터스의 소설 『핑거스미스』를 일제강점기 조선으로 각색하여, 기만과 욕망, 해방과 연대를 화려하게 담아낸 에로틱 미스터리 드라마다.

🎭 세계관과 상징
영화는 일제강점기 조선을 배경으로, 권력과 욕망이 얽힌 기묘한 세계를 펼쳐낸다. 히데코의 저택은 억압과 위선의 상징으로, 특히 서재의 포르노 고서와 낭독 장면은 여성 억압과 성적 대상화를 극단적으로 드러낸다. 반대로 숙희와 히데코가 서로를 향해 마음을 여는 과정은 연대와 해방의 상징이다. 사기극, 음모, 에로티시즘이 얽힌 세계관 속에서 결국 영화가 말하는 것은 사랑과 자유다.

📖 줄거리 (상세, 스포일러 포함)
고아 출신 소매치기 숙희(김태리)는 백작(하정우)의 사기에 가담하게 된다. 백작은 부유한 일본인 상속녀 히데코(김민희)를 유혹해 결혼한 뒤, 그녀의 재산을 가로채려 한다. 숙희는 히데코의 하녀로 들어가 그녀를 속이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히데코에게 연민과 애정을 느낀다.

그러나 이야기는 반전된다. 사실 히데코와 백작 모두 숙희를 속이려 했던 것. 히데코는 어릴 적부터 변태적 후견인 고즈키(조진웅)에게 학대받으며 성적 노리개로 살아왔다. 그녀는 백작과 손잡고 숙희를 정신병원에 가두려 하지만, 결국 진심을 털어놓으며 숙희와 연인이 된다.

2부에서는 히데코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재구성되며, 그녀가 후견인의 지배 아래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가 드러난다. 숙희와 히데코는 서로의 고통과 상처를 공유하며, 억압적 세계를 벗어나기로 결심한다.
마지막으로 두 여인은 백작과 고즈키의 손아귀를 벗어나 도망친다. 백작은 고즈키에게 붙잡혀 고문당하다 독을 마시고 최후를 맞고, 고즈키 역시 스스로의 잔혹한 집착 속에서 파멸한다. 영화는 자유를 되찾은 숙희와 히데코가 배 위에서 서로를 탐닉하며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 감독과 제작 배경
박찬욱 감독은 사라 워터스의 빅토리아 시대 소설 『핑거스미스』를 일제강점기 조선으로 각색했다. 독창적인 시대 설정과 섬세한 미장센, 에로틱한 긴장감은 해외 비평가들의 극찬을 받았다. 2016년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었고, 김민희와 김태리의 파격적 연기 변신은 한국 영화사에 새로운 여성 서사를 남겼다. 화려한 영상미와 음모극적 서사가 결합해, 박찬욱 필모그래피 중에서도 독보적인 작품으로 평가된다.

🌱 영화의 주제와 메시지
<아가씨>는 단순한 에로틱 스릴러가 아니다. 억압받던 여성들이 서로의 연대를 통해 자유를 쟁취하는 서사다. 숙희와 히데코는 처음엔 속고 속이는 관계였지만, 결국 서로를 해방하는 열쇠가 된다. 반대로 백작과 고즈키는 탐욕과 욕망에 갇혀 자멸한다. 영화는 성적 대상화, 권력의 폭력, 그리고 억압적 사회구조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고 있다. 결말의 배 위 장면은 억압을 벗어난 여성들의 자유와 성적 주체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 좋았던 점 & 👎 아쉬운 점
좋았던 점
- 김민희·김태리의 파격적이고도 섬세한 연기.
- 박찬욱 감독 특유의 화려한 미장센과 긴장감 넘치는 연출.
- 서사 구조의 반전과 다층적 시점 전환.
- 여성 연대와 해방이라는 강렬한 주제의식.
아쉬운 점
- 에로틱한 장면이 자극적으로 소비될 수 있다는 논란.
- 복잡한 플롯이 일부 관객에게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음.
- 후견인 고즈키 캐릭터의 악마화가 다소 과장되었다는 지적.

⭐ 총평
<아가씨>는 화려한 외피 속에 치밀한 구조와 강렬한 메시지를 담은 영화다. 기만과 욕망의 게임에서 출발해, 결국 사랑과 연대로 귀결되는 서사는 관객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문 여성 서사의 힘을 보여주며, 동시에 박찬욱 감독의 세계적 위상을 다시금 증명한 작품이다. 잔혹하면서도 관능적이고, 그러나 궁극적으로 해방을 노래하는 걸작이라 할 수 있다.
평점: ★★★★★ (4.7/5)
이 리뷰는 개인적 감상임